이익은 흘러갔다. 주주만 빼고.

Lv.1 알바는비정규직 (175.♡.105.80)

2026년 7월 28일 PM 01:04

조회 293 공감 0

이 글은 딴지 정지를 먹고 글 쓸곳이 없어서 블로그에 썼던 7월 15일 글입니다. 답답해서 쓴 글인데, 그래도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어 다시 올려 봅니다.

이 글은 블로그에 쓴 글이라 경어체가 아닙니다. 이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

주식을 산다는 것의 본질은 단순하다. 회사가 번 돈의 일부를 나눠 갖겠다는 계약이다. 지분만큼 회사의 소유주가 되고, 회사가 이익을 내면 배당으로 돌려받거나,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서 태워 없애면(자사주 소각) 남은 주주의 몫이 커진다. 이 단순한 약속이 지켜지면 주식은 투자가 되고, 지켜지지 않으면 주식은 그저 남에게 더 비싸게 떠넘기기를 바라는 폭탄 돌리기가 된다. 지금 한국 증시에서 벌어지는 일은 후자다. 그리고 그 폭탄 돌리기의 판을 깐 것은 다름 아닌 정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이름의 도둑질

한국 주식이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싸게 취급받아 온 이유를 사람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라 불렀다. 지정학 리스크니 회계 불투명성이니 여러 핑계가 붙었지만, 뼈대는 하나다. 한국 기업은 돈을 벌어도 주주에게 나눠주지 않았다. 지배주주 일가는 회사의 이익을 자기 것으로 쓰면서, 소액주주에게 돌아갈 배당은 인색하게 굴었고, 자사주는 소각하지 않고 쌓아두었다가 경영권 방어나 지배력 확대의 실탄으로 썼다. 순이익이 늘어도 주가가 오르지 않는 나라. 그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정체였다. 저평가가 아니라 배제였다.

숫자가 이걸 증명한다. 한국거래소가 2024년 만든 '밸류업 지수'는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소각하는, 즉 주주와 이익을 나누는 기업만 골라 담은 지수다. 이 지수는 산출 이후 200%가 넘게 올라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약 154%)을 40%포인트 이상 앞질렀다. 이익을 나눈 기업은 시장이 보상했다는 뜻이다. 반대로 말하면, 나누지 않는 기업이 시장 전체를 짓눌러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약속, 그리고 폭등

이재명 정부는 바로 이 지점을 건드리겠다고 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에게까지 확대하고,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하게 만들고, 지배구조를 주주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대선 공약의 핵심이었고, 코스피 5,000이라는 숫자가 공약으로 나왔을 때 다른 후보들은 표를 노린 허황된 소리라고 비웃었다.

그런데 그 숫자는 실현됐다. 취임 직전 2,698이던 코스피는 2026년 1월 장중 5,019를 찍으며 공약을 넘겼고, 상반기에는 8,000선을 뚫었다. 7월 초에는 8,900대까지 올라 취임 대비 3배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법 개정 기대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같은 친주주 정책이 만든 초기 상승은 분명 실재했다. 여기까지는 약속이 지켜지는 것처럼 보였다.

반도체가 터뜨린 이익의 화산

여기에 두 번째 엔진이 붙었다. AI 데이터센터 수요 폭발로 HBM과 D램 가격이 치솟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문자 그대로 폭발했다. 삼성전자의 2026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146조 원을 넘었고, 2분기 잠정치만 89조 원이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에만 37조 원을 벌고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했다. 두 회사 주가는 2025년 6월부터 1년 사이 각각 400%, 1,000% 넘게 뛰었다.

지수를 끌어올린 것은 사실상 이 두 회사였다. 2026년 상반기 코스피 시가총액 증가분의 약 85%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SK스퀘어가 차지했다. 두 회사가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시총 비중은 작년 말 36%에서 6월 55%로 치솟았다. 거래대금 비중은 28%에서 64%로 뛰었다. 코스피는 더 이상 500개 기업의 지수가 아니라, 두 반도체 회사의 그림자였다.

이익은 나눠졌다. 딱 한 곳만 빼고

문제의 핵심은 이것이다. 이 폭발적인 이익은 실제로 여러 곳에 나눠졌다.

직원은 성과금으로 나눠 가졌다. 반도체 회사 임직원의 성과급은 근로소득세 증가로 잡힐 만큼 규모가 컸다. 회사가 번 돈의 일부가 노동의 대가로 흘러간 것이다. 정당하다.

정부는 법인세로 나눠 가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반기 실적만으로 8월부터 50조 원 안팎의 법인세가 국고로 들어올 전망이다. 당초 정부가 예상한 올해 초과세수(약 25조 원)의 두 배가 넘는다. 곳간이 어찌나 넘치는지, 청와대에서는 이 돈을 국민에게 나눠주는 '국민배당금'을 꺼냈고,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이니 '국부펀드'니 하는 새 그릇을 만들어 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심지어 이 돈을 지금 쓰려고 '초과세수'를 '추가세수'로 용어까지 바꾸는 참이다. 이익이 넘쳐서 어디에 쓸지가 고민인 상황. 이것이야말로 이익 공유의 극치다.

그렇다면 주주는? 이익의 원천인 회사의 소유주이자, 이 모든 잔치의 애초 계약 당사자인 주주는 무엇을 받았는가.

주가 폭락과 변동성 지옥을 받았다. 반도체 실적이 역대급인데도 SK하이닉스 주가는 200만 원 벽이 깨지며 급락했고, 코스피는 하루에 5%씩 오르내렸다. 이익을 나누는 사다리 위에서, 직원도 정부도 자기 몫을 챙기는데, 정작 사다리를 세운 주주만 맨 아래에서 발길질을 당한 셈이다.

상법은 통과됐다. 그리고 형해화됐다

여기서 정부를 향한 흔한 변명 하나를 먼저 잘라내야 한다. "상법 개정은 했지 않느냐"는 말이다. 맞다. 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한 1차 개정,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담은 2차 개정, 그리고 자사주 취득 후 1년 내 의무 소각을 못박은 3차 개정까지, 이른바 '상법 3종 세트'는 2026년 3월 공포·시행됐다. 서류상으로는 주주 중심주의로의 전환이 완성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법이 통과되는 것과 법이 작동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자사주 의무 소각이 시행되자마자, 상당수 상장사는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한 경우'라는 예외조항에 기대어 정관을 바꾸고 소각을 회피했다. 제도의 취지가 시행 몇 주 만에 편법으로 뚫린 것이다. 오죽하면 국회에서 이 예외조항 자체를 틀어막는 후속 법안이 다시 발의됐겠는가. 법은 있으되 구멍이 뚫려 있고, 그 구멍으로 이익이 빠져나간다.

더 결정적인 것은 빠진 것들이다. 재계가 그토록 요구했던 배임죄 개선과 경영판단원칙 명문화는 이번 개정에서 제외됐다. 소액주주를 위한 실효적 장치들, 이익을 실제로 주주 손에 쥐여줄 후속 입법은 정치적 동력을 잃고 지지부진하다. 처음 폭등을 만들었던 '약속의 에너지'는 소진됐는데, 약속을 완성할 마지막 마일은 방치됐다. 배당은 여전히 인색하고, 소각은 예외조항으로 새어나간다. 이익을 나눠야 할 회사들이 나누지 않는데, 정부는 그 목을 끝까지 조르지 않았다.

그리고 정부는 도박 칩을 나눠줬다

법의 마무리는 방치한 정부가, 그 사이 무엇을 허가했는지 보라.

2026년 5월 27일, 국내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18종이 한꺼번에 상장됐다. 하루 상장 규모만 4조 원이 넘었다. 이 상품들은 개별 종목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한다. 이 구조가 얼마나 악랄한지는 조금만 뜯어보면 드러난다. 기초자산이 오르내림을 반복하면, 설령 원래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와도 상품 가격은 복리로 깎여나간다. SK하이닉스가 사흘 사이 12% 떨어졌다 13% 오르며 실질 변동이 거의 0에 가까웠던 기간에도, 그 레버리지 상품은 5% 넘게 녹아내렸다.

결과는 예정된 참사였다. 상장 6주 만에 일부 상품은 40%가 넘게 폭락했고, 16종 대부분이 20%대 손실을 기록했다. 그런데 이 불붙은 상품에 개인투자자 돈이 무려 13조 원 넘게 쏟아져 들어갔다. 하락하는 열차에 개인이 전 재산을 싣고 올라탄 것이다.

규제당국조차 자기가 승인한 물건 앞에서 자기부정을 했다. 금융감독원은 상장 3주 만에 소비자경보를 발령했고, 금감원장은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라며 공개적으로 후회했다. 한국은행은 이례적으로 서면답변까지 내며 이 상품이 증시 쏠림과 변동성을 키운다고 경고했다. 한 학자는 미국조차 100개 기업 400개 상품으로 분산돼 있고 엔비디아 같은 대장주도 지수 비중이 8%인데, 한국은 딱 두 회사에 16종을 몰아넣었다며 "말이 안 되는 규모"라고 잘라 말했다.

왜 말이 안 되는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코스피 시총의 절반, 거래대금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 두 종목만 흔들면 지수 전체가 요동친다. 그런 두 종목에 2배 레버리지라는 증폭기를 달아준 것이다. 코스피 변동성 지수는 한 달 만에 68에서 84로 치솟았다. 상승장에서는 매수에 매수가 붙어 과열되고, 하락장에서는 낙폭이 배로 벌어진다. 외국인은 정작 반도체 현물은 팔아치우면서, 이 레버리지 상품으로는 사고팔기를 반복하며 변동성 자체를 수익원으로 삼았다. 개인은 방향에 베팅하다 녹고, 외국인과 기관은 그 진폭을 이용해 챙긴다.

이것이 무엇인가. 정부가 시장에 나눠준 것은 이익을 공유하는 도구가 아니라, 몇몇 세력이 주가를 손아귀에 쥐고 흔들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이자, 구조적으로 개인이 돈을 태우기 십상인 도박 칩이었다.

예상되는 반박, 그리고 그 반박이 틀린 이유

정부를 옹호하는 쪽에서 나올 수 있는 반론을 생각해보고 하나씩 마주 세워보자.

"실적 최고인데 왜 떨어지냐고? 그게 바로 증거다"

첫 번째 반론. 주가가 빠진 진짜 원인은 정부가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 아니냐는 것이다. 맞다. 2026년 6월 말부터 AI 메모리 고점 논란이 번지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세 회사 모두 고점 대비 20% 넘게 빠져 나란히 약세장에 진입했다. 마이크론만 두 달 새 약 29% 하락했다. 피크아웃은 국경 없는 현상이 맞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이 한국의 병을 드러낸다. 두 가지다.

첫째, 실적을 주가가 따라가지 못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PER은 약 6.8배다. 같은 메모리 경쟁사인 (그것도 매출과 순이익 모두 뒤쳐지는)마이크론은 10배인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뚜렷하다. SK하이닉스는 HBM 점유율 62%로 마이크론(21%)과 삼성전자(17%)를 압도하고, 1분기 영업이익률은 창사 이래 최고인 72%를 찍었다. 세계 최강의 실적을 내는 회사가 세계에서 가장 싸게 거래된다. 오죽하면 이 회사가 나스닥에 미국예탁증권(ADR)을 상장해 마이크론과 같은 무대에서 재평가받으려 하겠는가. 한국 시장이 자기 회사의 이익을 제값으로 쳐주지 않는다는 걸 회사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결정적 장면은 삼성전자였다.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한 그날, 주가는 오히려 폭락했다. 사상 최대의 이익조차 주가를 밀어 올리지 못하는 시장. 이익이 주주의 몫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보다 순도 높게 증명하는 장면이 있는가. 피크아웃이 문제가 아니라, 이익이 넘칠 때조차 주주에게 오지 않는 구조가 문제다.

둘째, 낙폭이 유독 사나운 이유가 따로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코스피 시총의 절반이 넘고 거래대금의 60%를 넘는다. 이 극단적 쏠림 위에 2배 레버리지가 얹혔다. 그래서 똑같은 피크아웃 충격이 와도 한국 지수는 남들보다 훨씬 크게 튀어 오르고 크게 무너진다. 매도가 레버리지 청산을 부르고, 청산이 다시 매도를 부른다. 피크아웃은 방아쇠일 뿐이다. 총을 장전하고 개인의 관자놀이에 갖다 댄 것은 정부가 허가한 쏠림과 레버리지의 구조다. 그러니 피크아웃 논리는 정부를 변호하지 못한다. 오히려 정부가 만든 구조가 외부 충격을 왜 이렇게까지 증폭시키는지를 물어야 한다.

"상법 했으니 됐다고? 그런데 왜 하필 레버리지였나"

두 번째 반론. 상법 3종 세트도 통과시켰고 밸류업 지수도 코스피를 앞질렀으니, 정책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물어야 할 것은 이것이다. 절반의 성공을 거둔 정책 앞에서, 정부가 해야 할 다음 수는 무엇이었나. 당연히 나머지 절반을 채우는 것이다. 소각을 빠져나가는 예외조항을 틀어막고, 배임죄를 손질하고, 배당과 소각을 실효적으로 강제하는 것. 밸류업이라는 정공법은 이미 밸류업 지수의 초과 상승으로 효과를 증명했으니, 그 길을 끝까지 가면 됐다.

그런데 정부가 실제로 꺼낸 카드는 그 지난하고 정직한 보완이 아니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라는, 지수를 더 띄우는 흥행 상품이었다. 이건 보완이 아니라 과욕이다. 주주환원이라는 본질을 완성하는 대신, 지수라는 숫자를 더 올리고 싶었던 것이다. 어려운 정공법 대신 화려한 도박판을 택한 것. 그 결과 지수는 잠깐 더 튀었을지 몰라도, 시장의 체질은 투자에서 투기로 바뀌었다. 절반의 성공을 완성하는 대신 절반의 성공마저 갉아먹는 선택. 이것을 정책의 성공이라 부를 수는 없다.

"이익을 사회가 나눠 쓰는 게 뭐가 나쁘냐고? 나쁘지 않다. 명단이 문제다"

세 번째 반론. 초과세수로 국민배당금을 주든 국부펀드를 만들든, 결국 이익을 사회가 나눠 갖는 것 아니냐. 그게 뭐가 잘못이냐는 것이다.

분명히 하자. 이익 공유 자체를 비난하는 게 아니다. 직원이 성과금을 받는 것은 노동의 정당한 대가다. 나라가 법인세를 걷어 미래 세대를 위해 투자하는 것도 옳은 방향일 수 있다. 이익이 여러 주체에게 흘러가는 것 자체는 건강한 일이다.

문제는 그 이익 공유의 명단이다. 직원도, 정부도, 국민배당금을 논하는 사회 전체도 그 명단에 올랐는데, 딱 한 집단만 빠졌다. 회사의 법적 주인이자 이 모든 계약의 출발점인 주주, 그중에서도 아무 힘없는 개인투자자다. 이들은 이익을 나눠받기는커녕, 정부가 열어준 도박판에 13조 원 넘게 밀어 넣었다가 6주 만에 반토막이 났다.

오해는 말자. 정부가 개인의 주머니를 털겠다고 작정하고 이 판을 깐 것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 악의는 없다. 있는 것은 무능이다. 코스피의 절반이 넘는 두 종목에 2배 레버리지를 얹으면 개인이 어떻게 될지, 일일 수익률 추종 상품이 횡보장에서 어떻게 녹아내리는지, 그 뻔한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거나 예상하고도 지수를 띄우고 싶어 눈을 감았다. 전자라면 무능이고 후자라면 직무유기다. 어느 쪽이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 자기가 승인한 상품 앞에서 규제당국 수장이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뒤늦게 후회하는 장면이야말로, 이것이 계산된 악행이 아니라 예견 가능한 실책이었음을 스스로 증언한다.

그래서 이것은 배제를 넘어선다. 의도된 착취는 아닐지언정, 개인이 겪은 결과는 착취와 구분되지 않는다. 배당으로 줬어야 할 몫을 주지 못한 것을 넘어,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의 판으로 개인을 몰아넣은 것이다. 이익을 나누는 잔칫상에 모두가 둘러앉았는데, 정작 그 밥을 지은 사람만 상 밑에서 발에 차이고 있다. 나눠 쓰는 게 나쁜 게 아니다. 주인만 쏙 빼놓고, 그 주인을 도박판으로 떠민 무능이 나쁜 것이다.

결론: 근본을 배신한 실책

정리하자. 주식투자의 근본은 회사의 이익을 나누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그 근본을 회복하겠다는 약속으로 시장의 기대를 끌어올렸고, 마침 반도체가 사상 최대의 이익을 토해냈다. 그 이익은 직원에게 성과금으로, 정부에게 50조 법인세로 흘러갔다. 나눔의 잔치가 벌어졌다.

그런데 정작 그 계약의 원래 주인인 주주에게는 이익이 닿지 않았다. 상법은 통과됐지만 예외조항으로 새어나갔고, 배당과 소각을 강제할 마지막 입법은 방치됐으며, 배임죄 개선 같은 알맹이는 빠졌다. 이익을 나눠야 할 회사들이 끝내 나누지 않는 동안, 정부는 그들의 목을 조르는 대신 단일종목 레버리지라는 도박판을 열어 그 빈자리를 채웠다.

그리하여 벌어진 일은 명백하다. 이익 공유라는 투자의 근본을, 정부의 실책이 변동성 도박으로 바꿔치기했다. 이익을 나누는 것이 잘못이 아니다. 그 나눔의 명단에서 회사의 주인인 주주, 특히 힘없는 개인투자자만 지워버린 것이 잘못이다. 회사가 사상 최대로 돈을 버는 바로 그 순간에, 그 돈을 나눠 받았어야 할 개인은 배당 대신 도박판을 받았고, 폭락과 롤러코스터 속에서 자기 돈을 태웠다. 세상 어느 계약에서, 다른 모든 당사자가 배를 채우는데 원래 주인만 굶다 못해 판돈까지 잃는 일이 정상으로 통하는가.

주가지수 5,000, 8,000이라는 숫자에 취해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다. 그 숫자를 만든 이익이 정작 주식의 주인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 지수는 신기루이고 그 시장은 도박장일뿐이다. 정부가 회복하겠다던 근본은, 지금 정부의 손에서 무너지고 있다.

댓글 (6)

  • 딴지낭인 Lv.1

    13:10 · 211.♡.202.91

    매우 적확한 지적이시네요.

    국장은 그저 시세차익만을 위해 존재하는 투기장이지, 기업의 투자로 연결되거나 소액주주의 이익으로 돌아오는 투자처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 알바는비정규직 Lv.1 → 딴지낭인 작성자

    13:35 · 175.♡.105.80

    지금의 국장 박살은 다른 이유 없다고 봅니다. 신뢰가 없던 국장에 신뢰를 느껴 돌아왔던 개미들이 다시 신뢰를 잃고 방황하는거죠..

  • 이적

    이적 Lv.1

    13:22 · 116.♡.190.29

    6월부터 끝없이 내려가는 계좌를 보니 별 생각도 안듭니다. 그냥 다 정리하고 snp500이나 들어가는게 맞는거 같아요.

  • 알바는비정규직 Lv.1 → 이적 작성자

    13:37 · 175.♡.105.80

    원래 미장만 하던 제가 작년 5월에 7대3 비율로 국장을 시작했다가 올해 5월에 3대7로 다시 미장으로 뺐습니다.

    국장이 더이상 도박판이 아닌줄 알고 왔는데, 여전히 도박판이더라구요.

  • 부드러운송곳

    부드러운송곳 Lv.1

    13:22 · 121.♡.246.242

    오랜만에 정말 좋은글을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알바는비정규직 Lv.1 → 부드러운송곳 작성자

    13:37 · 175.♡.105.80

    감사합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