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이 롱 : 민주주의로 왕좌에 올라 권위주의로 군림한 민중의 왕
포도포도왕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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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22일 AM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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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께서는 픽사의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시리즈를 한 번쯤은 보셨을 겁니다. 그리고 이 시리즈를 떠올리면 머릿속에서 노래 한 곡이 저절로 들리겠죠. 바로 랜디 뉴먼의 〈난 너의 친구야(You’ve Got a Friend in Me)〉입니다. 미성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조금 지치고 걸걸한 목소리로 변함없는 우정을 약속하는 이 노래는 많은 사람에게 어린 시절의 저녁노을 같은 향수를 불러일으키죠. 이 때문에 뉴먼은 흔히 따뜻하고 서정적인 영화음악 작곡가로 여겨지곤 합니다.

하지만 랜디 뉴먼은 아름다움만을 노래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뉴먼의 노래 가운데는 미국 사회의 위선과 인종주의, 빈곤과 정치권력을 신랄하게 파고든 작품도 적지 않습니다. 1974년 발표한 〈Kingfish〉도 그중 하나입니다. 캘리포니아 출신인 뉴먼이 미국 남부, 그중에서도 루이지애나의 기억 속에 깊숙이 남은 한 정치가의 모습을 그린 노래입니다. 이 정치가는 "모든 사람은 왕이다(Every Man a King)"라는 구호를 외쳤고, 자신은 "왕물고기(Kingfish)"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민중주의자, 바로 휴이 롱입니다.

휴이 피어스 롱 주니어(Huey Pierce Long Jr., 1893–1935)는 역동적인 미국 정치사에서 명멸한 수많은 인물 가운데서도 유난히 설명하기 까다로운 사람입니다. 가난한 농촌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여러 직업을 전전한 끝에 법률을 공부했고, 스물한 살의 젊은 나이에 변호사 자격을 얻었습니다. 입지전적인 인물이었지만, 자신의 출신을 지우지도 잊지도 않았습니다.

전간기의 사람들은 흔히 정치 스펙트럼 그 위 어딘가에 놓이지만, 롱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공산주의자도 파시스트도 아니었고, 자유주의자나 사회민주주의자라는 이름만으로도 온전히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민주당 소속이었지만, 민주주의를 권력의 행사 방식이자 자기 제한의 원리로 받아들인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휴이 롱은 말하자면 민중의 투사였습니다. 변호사가 된 뒤 루이지애나를 착취하는 철도-전력-석유 자본을 공격했고, 대기업과 부유층이 독점한 부와 기회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진심으로 믿었습니다. 그 믿음은 표를 얻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소명에 가까웠습니다.

미국 남부에서도 특히 가난했던 루이지애나의 주지사가 된 롱은 주 전체에 도로와 교량을 건설해 고립된 농촌을 도시와 연결했고, 학교를 확충하고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교과서를 제공해 교육의 기회를 넓혔으며, 투표세를 폐지해 더 많은 가난한 주민이 투표할 수 있게 했고, 개혁에 필요한 재정 부담은 평범한 주민이 아니라 대기업과 부유층에 지우려 했습니다.

연방 상원의원이 된 뒤에는 ‘부를 공유하자(Share Our Wealth)’는 기치를 내걸었습니다. 대공황 속에서 정부와 부유층에게 버림받았다고 느낀 대중을 위해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하고 부를 재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명성과 달리 상당히 온건하게 출발했던 루스벨트의 뉴딜이 그나마 보수층의 눈에 ‘빨갱이 정책’처럼 보일 만큼 왼쪽으로 움직인 데에는, 롱이 가한 정치적 압력도 한몫했습니다.

휴이 롱은 빈말만 하는 정치인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대중 연설과 라디오 방송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전했고, 강도 귀족에 맞서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 의적을 자처했습니다. 실제로 약속한 일 가운데 많은 것을 이루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휴이 롱의 핵심이자 비극입니다.

선거 민주주의는 촌놈 휴이 롱에게 권력을 주었지만, 절차적 민주주의는 족쇄가 되었습니다. 롱은 의회의 숙의와 사법부의 견제, 지방자치와 야당의 권리 따위를 혐오했습니다. 민중을 구해야 한다는 자신의 올바르고 정당한 목표를 방해하는 장애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권력 행사를 늦추거나 제한하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방해가 되는 자는 뉴먼의 노래처럼 “엉덩짝을 후려쳤습니다.”

휴이 롱은 행정부의 요직을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으로 채웠고, 인사권과 예산과 세무조사와 특별입법을 동원해 입법부와 지방정부를 복종시켰고, 사법부를 장악했으며, 비판적인 언론을 압박했습니다. 필요할 때는 경찰과 주방위군까지 정치 투쟁에 끌어들였습니다.

휴이 롱은 파시스트나 공산주의자들처럼 민주주의를 없애려 들지는 않았습니다. 민주주의의 외형은 남겨둔 채 그 핵심인 견제를 무너뜨리고 자신의 뜻대로 굽히려고 했습니다. 선거와 대중의 지지는 자신의 권력을 확보할 때만 민중의 뜻이었지만, 그 권력을 제한하려 할 때는 민중의 뜻을 방해하는 장애물이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롱에게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목적과 수단을 함께 결정하고 최악을 방지하기 위해 상호 견제하는 차선이자 최선의 정치체제라기보다 자신에게 권력을 안겨주는 발판일 뿐이었습니다. 그는 민주주의로 권력을 얻고 권위주의로 성과를 내면서도, 자신은 그래도 된다고 믿었습니다. 자신이 향하는 목표가 북극성처럼 올바르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이 왕이어야 한다고 외친 그는 마침내 그 모든 왕을 대신해 군림하는 단 한 명의 왕이 되었습니다. 민주주의로 권좌에 올라 권위주의로 통치한 민중의 왕. 그리고 1935년 9월 8일 밤, 자신의 왕좌나 다름없었던 루이지애나 주의사당의 복도에서 암살범의 총에 맞아, 이틀 뒤 9월 10일 마흔두 살의 나이로 죽었습니다.

휴이 롱은 민중을 속여 권력을 얻은 정치인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민중을 구한다는 자신의 목적을 너무나 확신한 나머지,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허용된다고 믿은 정치인이었습니다. 즉, 롱이라는 비극은 그 목표가 거짓이었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목표가 정당하다는 확신으로 민주주의마저 자신의 수단으로 만들었다는 데 있습니다.

요즘 마음이 싱숭생숭해서인지 잠이 잘 오지 않네요. 그래서 이 새벽에 휴이 롱에 대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글을 써 보았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랜디 뉴먼의 〈왕물고기(Kingfish)〉를 들으며 글을 마치면 좋겠습니다. 꿀꿀한 기분도 풀 겸, 가사도 조금 재미있게 옮겨 보았습니다.

프랑스놈이 뉴올리언스에는 십만도 넘어

뉴올리언스 어딜 가나 프랑스놈 천지여

근디 네 집이 폭삭 무너져도

네 새끼가 물에 빠져 죽게 생겨도

누가 눈 하나 깜짝하냐?

자, 다들 이리 모여 봐

멜빵도 좀 느슨하게 풀고

땅바닥에 푹 앉아 봐

나도 촌놈이고, 자네들도 촌놈 아녀

그러니 내가 자네들 살뜰히 챙겨 주잖여?

배턴루지까지 큰길을 뚫은 게 누구여?

병원 세우고 학교 지어 준 게 누구여?

자네들 같은 똥 묻은 장화짝 촌놈들

누가 챙겨 주냔 말이여?

이 왕물고기가 하지!

루스벨트 호텔에서 잔치를 벌인 게 누구여?

주 북쪽 절반 사람을 공짜로 다 불러 모은 게 누구냐고?

도시 양반들은 눈깔이 튀어나올 뻔했지

온 사람이 하나같이 이 촌놈이랑 똑같이 생겼으니께

여기 왕물고기가 나가신다, 왕물고기가 나가신다

다 같이 목청껏 불러

여기 왕물고기가 나가신다, 왕물고기가 나가신다

모두가 임금이여!

스탠더드 오일 놈들한테 정면으로 덤벼서

엉덩짝을 후려친 게 누구여? 약속한 대로 말이여!

이제 스탠더드 오일 놈들이 이 주를 주무르는 일은 없어

나 같은 사람, 자네 같은 작은 사람들이 다스릴 테니께

여기 왕물고기가 나가신다, 왕물고기가 나가신다

일하는 사람들의 편

여기 왕물고기가 나가신다, 왕물고기가 나가신다

왕물고기가 이 땅을 살린다!

댓글 (3)

  • 이글스톤웍스 Lv.1

    07.22 · 118.♡.40.93

    엑스를 통해 충언을 했던 민주시민을 지 기분 나쁘다고 좌표찍어서 매장시켜버리는 걸 보면 이재명은 딱히 민중을 위하는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이네요. 포장은 그랬을지언정...

  • 낮달

    낮달 Lv.1

    07.22 · 104.♡.84.49

    글 정말 잘 쓰시네요.

    이재명 대통령의 성장이 성찰의 결과라 생각해서 드디어, 행정에 정치력까지 갖춘 완성형 대통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실용만 강조하는 행정가의 모습이 더 부각되네요. 효율만 따지며 효율을 방해하는 것들은 모두 방해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태도가 느껴집니다.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말이죠. 5년이라는 제한된 시간이 주어진 것이 눈을 멀게 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원래 그런 사람이었으나 대의를 위해 우리가 원하는 말들로 유인했는지... 참 복잡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선의를 의심하지 않습니다만, 자기 확신과 강한 목표지향이 정치적 지형을 옮기는 데에는 그 선의가 독선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결과만 가져온다고 모든 게 이해되지 않을텐데 말이죠. 그 결과를 이뤄낼 확률도 매우 적어보이고요.

  • 사막여우

    사막여우 Lv.1

    07.22 · 211.♡.83.42

    휴이 롱과 이재명은 언듯 비슷한 면이 있어보이지만 많이 다르네요.

    어떤 인물을 볼때는

    그 인물이 처한 시대와 시대적과제를 함께 살펴봐야하는데 그게 너무 달라요.

    그 당시 루이지애나는

    미국 속의 제3세계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정치적으로 부패했고,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었으며, 빈부격차가 극에 달해 있었습니다.

    소수의 거대 자본과 지주가 모든 부를 독점하고, 민중은 무지함과 가난 속에 방치된 절망적인 상태였습니다.

    ​휴이 롱은 이 극심한 빈부격차와 기득권의 부패를 정확히 파고들어, 석유 회사에 세금을 때려 박고 그 돈으로 도로를 깔고 무료 책을 나눠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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