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계란 (116.♡.25.180)
2026년 7월 9일 AM 09:36
최근 모 아이돌이 쓰는 말에 대해 참전했다가 스레드가 탈탈 털리는걸 경험하며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참고로 데미지는 크게 없습니다. 스레드 댓글 하나하나에 신경쓰면 인터넷 못하죠.)
우선, 무분별한 ~노체는 이미 통제 불가입니다. 뭐 언어라는걸 통제한다라는 말 자체가 이미 말도 안되죠. 즉 제가 아무리 경상도말에서 노가 붙으려면 동사(형용사)에 의문사 한정이 붙어야 한다라고, 그게 아니면 일베체라고 해봐야 이미 일베노체는 대중화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사실상 일베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도 원래 써왔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쓰는 상황입니다. 아마 지금 30대 미만들의 경우 그렇게 쓴다고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이번 일을 보면서, 예전에 있었던 간지라는 말에 대한 논쟁이 떠오릅니다. 어원 자체가 특정 직업군(아마 의류계열일겁니다)에서 사용해왔던 일본어 칸지라는 단어가 패션커뮤니티를 타고 퍼진것일텐데, 이 단어가 사용될때만 해도 일본외래어 사용에 대한 안좋은 여론이 팽배했을 때였습니다. 이런 이유인지 그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새로운 대응논리가 나왔죠.
바로 간지라는 단어는 일본어 칸지가 아니라 순우리말인 간지다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고 말이죠. 여전히 그게 맞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수도 있지만 저는 그냥 웃습니다. 인터넷 유행어라는게 무슨 그런 국어사전 구석에서 단어를 꺼내 올만큼 사용자들이 한국어에 관심있지 않습니다. 대개 처음 사용하는 화자층의 문화적 배경이 오히려 제일 큰 요소죠.
일베노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보면 일베노체는 일베에서 유래한것이 아니라며 갑자기 경상도 전역에서 일베노체 사용용례들이 막 발굴되기 시작합니다. 딱 봐도 일베 이전 디시 야갤에서부터 나온 이런 일련의 문화들은 잘해야 야구팀이 위치한 해당 지역기반입니다. 큰 카테고리의 지역 방언이 섞이는 외곽지역의 언어가 인터넷 문화의 중심이 된다? 해당 지역을 무시하는게 아니라 있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게까지 우리나라 인터넷 문화가 타운 단위의 언어문화를 발굴해서 퍼뜨릴만큼 학술적이지 않아요.
당장 봐도 인터넷상에서 동남방언을 주 컨텐츠로 사용하는 경우는 넓게 봐야 부울경 지역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를 들어 경북울진에서 의문사 없이도 평서문형태에서 ~노가 쓰인다 라는 용례를 가지고 와봐야... 그냥 애썼다.. 라는 생각입니다. 우리나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울진지역의 작은 동네에서 쓰는 문장활용형태까지 가져올 정도로 사용자들이 부지런하구나 싶어요. 마치 과거 간지 관련 논쟁에서 국어사전 구석에서 단어 하나 찾아서 변명하던 그 모습입니다.
그리고 공개된 커뮤니티에서 지역 방언을 쓴다는거 자체가, 그 방언 자체에 목적성이 있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애시당초 텍스트 기반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제대로 쓴 노체건 일베노체건 등장할 이유가 크게 없습니다. 저도 어지간히 인터넷커뮤에서 있어왔기에 21세기 시작부터 지금까지 어떤 어체가 쓰이는지 웬만큼 다 경험해봤는데 지금처럼 표준어 기반의 평서문, 인터넷 초창기의 하오체, 아예 텍스트를 특수문자로 꼬아놓은 통신어 및 외계어체, 말에서는 표시가 안나지만 2벌식 한글입력에서 발생하는 오타에서 파생된 어투, 언젠가부터 등장한 반말체 등등이고 ~노로 끝나는 말이 나오는 게시물을 봐도 이게 경상도 방언 기반의 글들이 아니에요. 그냥 아무 문장 뒤에 ~노 붙이는거죠.
지금도 보면 내가 모르고 쓰는 말이 일베어투라고? 하면서 불쾌해 하실 분이 계실겁니다.
불쾌할 이유는 없습니다. 한국어 자체가 그렇게 우리가 생각하는것만큼 고귀한 형태로만 형성된것도 아니니깐요. 당장 외국어 기반의 외래어가 한국어에 들어온 경우도 굉장히 많고 그 중에는 아픈 역사를 통해 정착한 외래어도 많습니다. 또 우리가 굉장히 기본적으로 쓰는 주격조사 "가" 역시 임진왜란 이후 한국어에 정착되었다는 설이 있어요. 우리"가" 당연히 쓰는 주격조사 "가"를 쓴다고 해서 제가 임진왜란때 우리나라를 침략해서 조상님들을 학살한 왜군들을 옹호하는게 아니라는거죠.
다만 원하는게 있다면 최소 학자들은 이에 대해 제대로 기록해야 한다는겁니다. 현재 쓰이는 무분별한 일베노체가 원래 경상도 일부 지역에서 쓰인(쓰였다고 주장하는) 용법을 한국어 방언에 관심있는 사용자들이 자연스레 사용해서 정착시킨게 아니라, 일베라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사이트 유저들이 의도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기 위해 사용법을 퍼뜨리기 시작했고 그것이 자리잡았다고 말이죠.
사족을 더 붙여서..
이렇게 노무현 대통령이 계속 회자되는건 그만큼 그분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서인듯 합니다. 사실 웬만한 정치인은 죽고 나서 큰 경우가 아니라면 그렇게 회자되지 않고 (무슨 기일에나 말해지죠), 그보다 약한 사람들의 경우 죽고 나면 그냥 원래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는데, 노무현 대통령을 이렇게 계속 생각나게 해주다니 이젠 그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분들에게 이자리를 빌어 "벌레들아 좋냐?" 라는 말로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어찌 되었건 일베는 환영받는 존재가 아니라는걸 알게 됩니다. 일베가 자랑스러운것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은 존재라면 이렇게 경상도 방언에 일베가 묻었다는거에 대해 사람들이 기겁할 이유가 없거든요. 홍위병출신들이 평생 자신들이 홍위병이라는거 숨기고 산다는데, 아직 살 날이 많이 남은 일베충들.. 그거 평생 숨기고 살수 있으려나요? 대충 보니 지금 저 밑에서 지금보다 훨씬 조롱과 파묘에 특화된 세대들이 올라오던데, 잘 지내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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